2022. 9. 28. 11:55ㆍ#일상소식

수호지 제1회
송나라 인종 황제가 조회를 열었다. 재상 조철이 아뢰었다.
“지금 동경에 전염병이 성행하여 죽은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폐하께서는 죄인을 석방하여 은혜를 베푸시고, 형벌을 줄이고 세금을 가볍게 하시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 백성을 구제하시옵소서.”
황제는 칙령을 내려 죄수들을 사면하고 민간의 세금과 부역을 모두 면제하게 하였다. 그리고 동경에 있는 도교 사원에서 재앙을 물리치는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하지만 전염병은 더욱 성행하였다.
황제는 다시 조회를 열었다. 대신 범중엄이 아뢰었다.
“지금 전염병이 더욱 성행하여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이름난 도사를 불러 동경에서 크게 제사를 지내 상제께 고하면 전염병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황제는 조서를 내려 태위 홍신을 신주에 있는 용호산으로 보내 유명한 도사인 장진인(張眞人)을 불러오게 하였다. 홍신은 조서를 가지고 신주 귀계현으로 출발하였다. 신주에 당도한 홍신은 즉시 사람을 용호산 상청궁으로 보내 조서를 영접할 준비를 하게 하였다. 다음 날 홍신이 상청궁에 도착하자, 많은 도사들이 나와서 향을 피우고 등잔불을 밝혀 영접하였다. 홍신이 상청궁을 보니 아주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화려한 궁전이었다.
홍신이 주지에게 물었다.
“장진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주지가 대답했다.
“장진인은 용호산 산정에 초가를 짓고서 수행하고 있으므로 본궁에는 없습니다.”
“지금 황제께서 조서를 내리셨는데, 자네들이 볼 텐가?”
“용서하십시오. 저희들이 감히 조서를 읽을 수는 없습니다. 우선 차나 한 잔 드시면서 다시 의논하십시오.”
홍신이 방장에 당도하자 도사들이 차를 바치고 음식을 내왔는데 산해진미가 가득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홍신이 다시 주지에게 물었다.
“장진인이 산정의 암자에 있다면 사람을 보내 불러와서 조서를 받게 하면 되겠네.”
“장진인께서 비록 산정에 계시다 하나, 도술이 비상하여 안개를 부르고 구름을 탈 수 있어 종적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저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데, 어찌 사람을 보내 불러올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만나기 어려워서야 어떻게 하나! 지금 동경에는 전염병이 성행하여, 황제께서 특별히 나를 파견하여 장진인을 동경으로 불러, 전염병을 물리치고 백성을 구제하려 하시는데, 어찌하면 좋은가?”
“황제께서 백성을 구제하려 하시니, 태위께서는 성심을 발휘하시어 목욕재계하고 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친히 산정으로 올라가 예배하면 장진인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마음이 성실하지 못하면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동경에서부터 채식만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성심이 없겠나? 주지 말대로 내일 새벽에 산을 오르겠네.”
다음날 아침 일찍 도사들이 향탕을 준비하여 홍신으로 하여금 목욕재계하게 하고, 깨끗한 베옷으로 갈아입고 발에는 짚신을 신게 하였다. 홍신은 조서를 황금빛 비단에 싸서 등에 지고 손에는 작은 향로를 들고서 향을 피우면서 산을 올랐다. 주지가 산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태위께서 백성을 구제하시려면 결코 물러설 마음을 갖지 마시고 다만 성심으로 오르십시오.”
홍신은 도사들을 작별하고 홀로 산 위로 걸어서 올라갔다. 중간쯤에 이르러 바라보니 높은 봉우리가 하늘까지 솟아 있었는데, 과연 멋지고 큰 산이었다. 홍신은 고개를 넘고 길을 돌고 돌아 칡넝쿨과 등나무넝쿨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가니 여러 갈래 길이 나타났다.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주저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조정의 고관으로 경성에 있을 때 요를 겹으로 깔고 누웠고 솥을 줄지어 놓고 먹으면서 빈둥거렸는데, 지금은 짚신을 신고 산길을 굽이굽이 걷고 있다니!!저 장진인이라는 자는 도대체 어디 있길래, 나에게 이런 고통을 겪게 한단 말인가!”
또 다시 3,40보를 걸어가면서 숨을 헐떡였다. 그때 산의 깊숙한 곳에서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났다. 바람이 휙 지나가는데 소나무 숲 속에서 우레 같은 포효 소리가 나면서 눈동자가 빛나고 흰 이마에 화려한 털을 지닌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홍신은 깜짝 놀라서 “아악!”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자빠졌다.
어마어마하게 큰 호랑이가 어금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면서 홍신의 주위를 이리저리 돌더니 한 바탕 포효를 하고서 땅을 박차고 언덕 뒤로 뛰어 사라져 버렸다. 홍신은 나무뿌리 아래 엎어져 있었는데, 이빨이 달달달 부딪히고 가슴은 쿵쾅거리고 온몸은 중풍에 걸린 듯 덜덜 떨리면서 두 다리는 힘이 빠져 나갔다. 그리고는 입으로는 연신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호랑이가 가고 나서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홍신은 비로소 일어났다. 다시 향로를 수습하여 향을 피우며 산을 올라갔다. 오로지 장진인을 만나기 위해서. 또 다시 3,40보를 걸어가다가 탄식하면서 원망하는 말을 내뱉었다.
“황제께서는 나를 이런 곳으로 보내시어, 나로 하여금 이런 공포를 겪게 하시는구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나더니 독기가 엄습해 왔다. 홍신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니 산모퉁이 대나무와 등나무가 우거진 가운데서 땅이 울리면서 통나무처럼 거대한 하얀 뱀이 나타났다. 태위는 뱀을 보고 기겁하여 향로를 내던지고 소리쳤다.
“아이고! 이제는 죽었다!”
얼른 큰 바위 뒤로 숨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뱀을 바라보았다. 뱀은 바위 옆으로 다가오더니 홍신을 바라보며 똬리를 틀었다. 두 눈에서는 금빛이 번쩍이면서 커다란 입을 벌리고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더니 홍신의 얼굴에 독기를 뿜었다. 홍신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뱀은 홍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산 아래로 기어 내려가는데, 잠깐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홍신은 비로소 일어나 말했다.
“아이고! 죽을 뻔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벌벌 떨면서 도사들을 욕했다.
“이런 무례함은 참을 수가 없다. 나를 희롱하여 이런 공포를 겪게 하다니! 만약 산에 올라가서 장진인을 만나지 못한다면, 내려가서 가만두지 않겠다!”
다시 향로를 들고 몸에 지니고 있던 조서를 정돈하고 옷과 두건을 바로입고서 산을 올라갔다. 몇 걸음 걸었는데, 소나무 숲 뒤에서 은은한 피리소리가 들려오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홍신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니 한 동자가 황소를 거꾸로 타고 쇠로 만든 피리를 불면서 산모퉁이를 돌아오고 있었다. 동자는 속된 티가 전연 없는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홍신은 동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느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동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다만 피리를 불고만 있었다. 홍신이 연이어 몇 번이나 묻자, 동자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피리로 홍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르신은 여기서 장진인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까?”
홍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너는 목동인데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동자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좀 전에 암자에서 장진인을 모시고 있었는데, 진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황제께서 홍신에게 조서를 내려 산중으로 와서 나를 동경으로 불러 제사를 지내 전염병을 물리치게 하라고 명하였다. 나는 이제 학을 타고 구름에 올라 동경으로 갈 것이다.’ 아마 지금쯤 떠나셨을 것이니 암자에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어르신은 산에 오르지 마십시오. 산에는 독충과 맹수들이 아주 많아서 어르신의 목숨을 해칠까 염려됩니다.”
홍신은 다시 물었다.
“너는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
동자는 웃으면서 대꾸를 하지 않고 다시 피리를 불면서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버렸다. 홍신은 생각했다.
“저 아이가 이런 일을 어찌 알고 있을까? 아마 장진인이 분부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다시 산을 오르다가는 또 다시 목숨이 위태로운 놀라운 일을 당할 것이니 차라리 산을 내려가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다. 홍신은 향로를 들고 다시 오던 길을 되찾아 산을 내려갔다. 도사들이 영접하였다. 주지가 홍신에게 물었다.
“장진인은 만나보셨습니까?”
홍신이 말했다.
“나는 조정의 고관인데 어찌하여 나로 하여금 홀로 산길을 오르게 하여 온갖 고난을 겪게 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하게 하였는가? 산중턱에서는 이마가 흰 큰 호랑이가 나타나 나는 혼백이 달아나는 줄 알았고, 또 산모퉁이 대나무와 등나무가 울창한 곳에서는 거대한 흰 뱀이 나타나 가는 길을 막았네. 만약 내가 복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살아서 동경으로 돌아갈 수 있었겠는가? 이것은 너희 도사들이 나를 희롱한 것이다!”
“저희들이 어찌 감히 대신을 업신여길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장진인께서 태위의 마음을 시험하신 것입니다. 본산에는 비록 뱀이나 호랑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홍신이 다시 말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다시 산을 오르려고 할 때 소나무 숲 사이에서 한 동자가 황소를 타고 피리를 불면서 산을 내려오는 것을 보았네. 내가 동자에게 묻기를, ‘어디서 오느냐? 나를 아느냐?’라고 했더니, 동자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듯이, 장진인이 일찌감치 학을 타고 구름에 올라 동경으로 갔다고 말했다더군. 그래서 산을 내려왔지.”
“태위께서는 애석하게도 놓치셨습니다. 그 목동이 바로 장진인이십니다.”
“그가 정말 장진인이었다면 어찌 그렇게 외람되게 굴었단 말인가?”
“장진인께서는 보통 사람이 아니십니다. 비록 나이가 어려 보이지만 실은 도술이 비상한 분이라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닙니다. 어떤 곳에든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나실 수 있어 지극히 영험하십니다.”
“내가 눈이 있으면서도 진짜 장진인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참으로 잘못이로다!”
“태위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이미 진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셨으니, 태위께서 동경으로 돌아가시면 진인께서 이미 제사를 완료하셨을 겁니다.”
홍신은 기뻐하면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주지는 한편으로 연회를 열어 홍신을 성대히 대접하고, 조서를 상자에 담아 상청궁에 안치하고 향을 피웠다. 그날 방장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먹고 마신 다음, 저녁 늦게 자리를 파하고 새벽까지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조반을 마친 후, 주지는 도사들과 함께 홍신에게 상청궁 구경을 가자고 청하였다. 홍신은 아주 기뻐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라 걸어가고, 앞에서 두 동자가 길을 인도하였다. 상청궁 앞뒤에는 멋진 경치가 펼쳐져 있었고, 부귀함이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었다. 왼쪽에는 구천전·자미전·북극전이 있고, 오른쪽에는 태을전·삼관전·구사전이 있었다. 여러 궁들을 둘러보고 오른쪽 곁채 뒤편의 한 곳에 당도하였는데, 홍신이 보니 따로 전각이 하나 있는데 사방을 산초나무와 붉은 진흙으로 담장을 쌓아 놓았다. 정면에 두 개의 붉은 격자문이 있는데, 문 위에는 큰 자물쇠가 걸려 있고 그 위에는 수십 장의 봉인이 붙어 있었다. 봉인 위에는 또 첩첩이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처마 아래는 붉은 칠을 한 금속 글자로 쓴 현판이 걸려 있는데,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고 쓰여 있었다.
홍신이 전각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전각은 어떤 곳인가?”
주지가 대답했다.
“이곳은 예전의 진인들께서 마왕들을 진압해 놓은 곳입니다.”
“첩첩이 붙여 놓은 저 많은 봉인들은 다 무언가?”
“이는 예전에 당나라 통현국사께서 마왕들을 이곳에 봉쇄해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서 진인들이 친히 봉인을 첨가하여 자자손손 함부로 열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만약 마왕들이 탈출하게 되면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9대 진인들이 계승하면서 감히 열지 못하도록 구리를 녹여 부어서 봉쇄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누가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겠습니까? 저도 본궁에 주지로 있은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다만 들어서 알 뿐입니다.”
홍신은 주지의 말을 듣고서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여기면서 생각했다.
“내 마왕들을 한번 보아야겠다.”
그리고는 주지에게 말했다.
“문을 열게. 마왕들이 어떤 모양인지 한번 봐야겠네.”
주지가 말했다.
“태위님, 이 전각은 결코 열어서는 안 됩니다! 앞선 진인들께서 진정으로 경계하시기를, 이후에 그 누구도 함부로 열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홍신이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너희들은 헛되이 괴이한 일을 만들어 놓고서 선량한 백성을 속이고 있다. 일부러 이런 곳을 만들어 놓고 마왕들을 진압해 두었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너희들이 도술을 부리는 양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마왕을 봉쇄해 두는 법을 본 적이 없다! 귀신이라는 것들은 저 지옥에나 격리되어 있는 것이지, 이런 곳에 마왕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 얼른 문을 열어 나에게 마왕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도록 해라!”
주지가 재삼 간청했다.
“이 전각은 결코 열어서는 안 됩니다. 심각한 피해가 생기고 사람들을 다치게 할까 두렵습니다.”
홍신은 크게 노하여 도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이 이 전각을 열지 않는다면, 내가 조정으로 돌아가서 먼저 너희 도사들이 조서를 가로막고 황제의 성지를 위배하여 나로 하여금 장진인을 만나지 못하도록 한 죄를 아뢸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이런 전각을 몰래 만들어 마왕들을 봉쇄해 두었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백성을 속이고 있음을 아뢸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들의 도첩을 모두 몰수하고 멀리 변방으로 유배를 보낼 것이니라.”
주지는 태위의 권세가 두려워 잡부들을 불러 먼저 봉인을 뜯어내고 자물쇠를 끊은 다음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칠흑같이 깜깜했다. 홍신은 종자들로 하여금 수십 개의 횃불을 켜게 하여 비춰 보았다.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데 다만 중앙에 한 개의 비석이 있었다. 높이는 약 5,6척인데, 아래쪽에는 돌거북이 받치고 있었고 절반 정도는 진흙 속에 묻혀 있었다. 횃불로 비석을 비춰 보니 앞면에 글씨들이 써져 있는데 고대의 문자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비석 뒷면을 비춰 보니 ‘우홍이개(遇洪而開; 홍씨를 만나 열린다.)’라는 네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홍신은 네 글자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주지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나를 가로막았지만, 수백 년 전에 이미 내 성씨가 여기에 정해져 있지 않는가? ‘우홍이개’라 하였으니 분명히 내가 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방해하지 말라. 내 생각에 마왕들은 저 비석 아래에 있는 것 같으니, 너희들은 잡부들을 불러와 곡괭이와 삽으로 파헤치도록 하라.”
주지가 황망히 간했다.
“파헤쳐서는 안 됩니다. 심각한 피해가 생기고 사람을 상하게 할까 두렵습니다.”
홍신은 크게 노하여 소리쳤다.
“너희 도사들이 뭘 알겠느냐? 비석에 분명히 나를 만나 열린다고 새겨져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막으려 하느냐! 빨리 사람들을 불러 열지 않고 뭐하느냐!”
주지가 또 재삼 말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홍신은 그 말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모아 먼저 비석을 쓰러뜨리고 일제히 돌거북을 파내도록 하였다. 반나절이 걸려 비로소 돌거북을 파냈다. 그리고 약 3,4척을 더 파내려 갔더니 한 장의 큰 파란 석판이 나타났다. 홍태위는 그것을 들어내라고 소리쳤다. 주지가 다시 간곡히 간했다.
“파내서는 안 됩니다.”
홍신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사람들이 석판을 들어내고 보니, 석판 아래는 깊이가 만 길이나 되는 깊은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는 나팔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줄기 검은 기운이 구멍 속으로부터 솟아나와 전각 모퉁이를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검은 기운은 곧장 하늘로 솟구치더니 백여 개의 금빛으로 변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사람들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면서 달아났다. 곡괭이와 삽을 내동이치고 모두 전각 밖으로 달아나는데 넘어지고 엎어지는 사람이 무수하였다. 깜짝 놀란 홍신도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얼굴은 흙빛이 되어 아래로 달려 내려왔다. 주지는 전각을 향해 ‘아이고!’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홍신이 주지에게 물었다.
“달아난 것이 어떤 요마(妖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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