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인상은 ‘공산주의 일당체제’에서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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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최근 ‘공동부유론’을 강조했다. 사교육, 플랫폼 기업 등에 대한 강한 규제를 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 강조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던 것 중 하나가 <부동산 관련 세금>의 도입 여부였다.
중국은 소득세가 없고, 상속세도 없는 나라이다. 대부분의 세금은 기업에 전가되어 있는 방식이다.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과 명예 혁명은 모두 ‘세금’이 계기였다. 미국의 독립전쟁 역시 ‘세금’(보스턴 차 사건)이 계기였다. 영국에서는 왕조체제가 붕괴하고 의회주의 체제로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제국주의-식민지 관계가 전복됐다. 둘 다 세금 때문이었다.
철권통치를 하던 박정희가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몰린 것 역시 1976년 7월부터 도입된 ‘부가가치세’ 때문이었다. 1976년 부가세 도입이, 1979년 제2차 오일쇼크와 만나, 1979년 부마항쟁으로 이어져서, 부마항쟁에 대해 캄보디아 방식의 강경진압을 주장하던 차지철 입장에 분노해서, 김재규가 박정희-차지철을 죽인게 10.26 사건이었다.
미국 독립혁명의 구호는 “대표 없이 세금 없다”였다.
“대표 없이 세금 없다”라는 구호는 역설적으로 세금을 걷으면 <대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아직까지 ‘소득세’와 ‘상속세’가 없는 이유다. 세금은 그만큼 민감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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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나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에서, 실제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복지 증세론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국 정치경제사를 공부해보면, 다른 나라 정치사-경제사를 공부해보면 ‘증세’ 자체가 매우 만만치 않은 이슈임을 알게 된다.
증세를 해서 <망한 권력>의 사례는 많이 알아도, 증세를 해서 <국민들에게 칭찬받는 권력>의 사례는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했다. (있기는 한 것일까??)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 공산당 일당체제다. 선거도 없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막강한 권력집중을 누리고 있다.
이런 중국공산당의 시진핑 조차 <부동산세 도입•인상>은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서 한발 후퇴하게 될 정도이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력과 한국 진보는 <파격적 증세>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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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통해 성장한 한국의 민주화세력, 한국의 진보는 ‘반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문제제기’ 능력을 키웠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에는 탁월한 역량을 가졌다.
수권-책임질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주장과 해법도 ‘화끈한’ 편이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선진국 모델>에 대한 선망이 매우 강하다.
보유세는 <미국식 모델>을 하고 싶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1960년대 복지국가 전성기였던) <유럽식 모델>을 하고 싶어 한다.
OECD는 약 37개 국가인데, 이중에서 약 2/3가 ‘유럽연합’ 국가들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OECD 평균은 <유럽연합 평균의 약 70% 수준>으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한국 진보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OECD 평균>을 주장한다. 한국 진보는 ‘OECD 평균’을 마치 이념처럼, 신주단지처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OECD 평균은 오늘날 <한국 진보의 주자학>이 되었다.
이런 역사적-인식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이미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보유세 역시 2배 가까이 인상했다. 게다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도 인상했다.
게다가 평가의 지표가 되는 ‘공시지가’도 인상했다. 올릴 수 있는, 상상가능한 거의 모든 부동산세를 인상했다. 도대체 ‘정책 목표’ 자체가 <증세>인 것으로 오해받을 정도이다. (*나는 왜 이런 황당한 조치를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2021년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의 4채 중 1채는 종부세 대상이 됐다. 종부세 대상자에 대해 <전국 주택 기준 3.7%>라고 말하는 것과 <서울 아파트 기준 4채중 1채>라고 말하는 것은 동의어이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몇년간 2배 가까이 상승했기에, 부동산세 인상을 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부동산 세금은 2배 이상 증가될> 예정이었다. (*한국 세금은 대부분 ‘누진세 구조’이다.)
그런데, 부동산 2배 가격상승 + 보유세 2배 인상 + 취득세•양도소득세 인상 + 공시지가 인상..의 합체로보트 수준의 부동산세 인상이 이뤄졌다. 이 모든 세금 인상이 약 3년 내외 기간에, 아주 단기간에, 한꺼번에 이뤄졌다.
현재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가격상승>을 잡지 못한 것도 포함되지만, <부동산세 급상승>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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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시대에, 반대를 잘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 ‘용기있는’ 사람이 중요했다.
그러나, <좋은 통치>와 <유능한 통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 지적 능력 모두가 중요하다.
우리는 해외 선진국의 역사와 장점을 배우되, 그들과 우리는 <다른 시간축, 다른 공간축>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반대를 잘하는> 세력이 되려고 하기보다, <대안을 주도하는> 세력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오직 그럴 때만, 우리는 <좋은 통치>와 <유능한 통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병천